빛과 그림자: 기태의 급작스런 변화... 이래도 되나?

50화로 끝을 맺을 예정이였던 빛과 그림자. 그랬다면 이번 주가 마지막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가슴이 덜컥했다. 지난 6개월간 함께한 빛그를 보지 못한다는건 무척이나 아쉬웠을 것이다. 뭐, 14회를 연장해 더 볼 수 있으니 안심은 되지만... 한편으론 차라리 끝낼 때 끝냈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최근 빛과 그림자를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마음에 안드는 점은 둘째치더라도 최소한 시청자가 납득할만한 전개를 보여줘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중에서 꼽자면 주인공 기태의 급작스런 심경 변화를 들 수 있다.

기태는 당당하다. 그리고 떳떳하다.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는다. 남에게 속임수 쓰기를 무척 싫어하는 사람. 그게 바로 강기태란 캐릭터의 아이덴티티일 것이다. 각종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무대에서 그 성격은 매력적일리 않을 수 없다.

기태의 정정당당함은 초반부터 상당히 눈에 띄었다. 특히 기태의 정반대로 대변되는 캐릭터인 장철환과의 대립을 통해서 잘 드러났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장본인인 장철환. 빛과 그림자 중 그림자의 아이콘인 철환과 기태의 대립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철환과 기태의 대립은 탈옥 사건에서 정점을 찍고, 기태가 밀항을 하게 되면서 철환의 승리로 끝나는 듯 싶었으나, 절묘한 타이밍에 수혁의 배신으로 인해 그 또한 감옥행을 면치 못하면서 둘의 대립은 끝나게 되었다. 아니, 여기서 끝나야 되었어야 했다.

그 후 4년 후로 배경을 옮긴 3막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권력의 상징 또한 수혁으로 바뀌게 되어 본격적으로 기태와 수혁의 대립을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저물어 버린 권력이 된 철환이 멀쩡히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철환이 마음에 안든다는 걸 떠나서, 저물어 버린 권력으로 등장하기에는 너무나 그의 존재감이 크다. 자칫하면 수혁과 기태와의 대립을 묻혀버릴 수 있기에 걱정이 들었다.

기태와 수혁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심화되면서 기태가 삼청교육대로 보내졌을 때 구해준건 다름아닌 철환이였다. 그리고 빠져나오게 해준 거에 대해 고맙다고 하는 기태. 철환은 한 술 더 떠서 둘이 같이 손을 잡지 않겠냐고 제안까지 한다. 그림자의 주축인 철환의 기회주의적인 사고를 부각시키는 장면이라 해도 이는 기태에게 커다란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다. 결코 함께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손을 잡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미 기태의 심산이었다. 철환과 거짓으로 손을 잡고 미끼를 던진 후, 무너트려 복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기태의 치밀함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래 기태가 이렇게 냉철한 캐릭터이였을까? 머리 굴리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복수하겠다는게 기태가 꿈꿔온 복수였을까?

이후 기태는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자신의 일에 수동적인 자세를 취한다. 항상 현장에 발벗고 뛰쳐나선 그가 이젠 기획사의 사장이 되어 아랫사람을 부리는 입장이 된 것이다. 물론, 빈털털이 신세였던 기태가 성공한 사업가로 변하게 된건 좋다. 그토록 자신이 되고 싶었던 연예계의 큰 주축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기태가 4년을 어떻게 보냈고 누구와 만나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 시청자는 알 길이 없다. 기태답지 않은 기태를 간간히 들리는 과거 얘기에만 의존하여 납득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기태의 급작스런 변화는 49회에 들어서 절정을 찍는다. 복수를 위해 철환과 손을 잡아야하는 상황에서 기태는 소속 가수들을 비밀 연회에 참석시켜달라는 철환의 부탁을 거절한다. 분명 냉철한 기태라면 이 기회를 살려 철환과의 신뢰를 더 쌓아둘 수 있었을 것이다. 순식간에 둘의 동맹은 무너지게 되고, 예전처럼 서로의 원수 사이가 되버린 기태와 철환. 이미 끝났어야할 그 둘의 대립이 다시 시작된 순간이었다. 

대자신의 기획사 소속 가수들을 그런 더러운 자리에 못 보내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는 기태. 예전의 기태로 돌아온 듯한 그 모습에 반갑다라는 감정에 앞서 나한테 든 생각은 바로 혼란스러움이었다. 그 후 기태는 4년동안 공들여온 그 계획을 모조리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철환의 복수를 그만둘꺼냐는 김풍길 회장의 물음에 다른 방식으로 복수하겠다고 답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해서, 기태의 복수극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이해해보려 애를 써봐도 기태가 철환과 결별을 한 이유는 극의 연장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차라리 원래대로 50화에 끝이 났다면, 적어도 이렇게 답답한 전개로 가진 않았을 것이다.

빛그답지 않은 빛과 그림자, 남은 14회를 제작진이 분발해서 빛그다운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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